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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문화탐닉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책을 사긴 잘 사는데, 읽는 건 정말 오래걸리는 나. 최근 구입한 책이 많아서 읽을 생각도 안 하고있던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참 간단하다. 바로 전에 읽은 책이 너무 무거워서 갖고다니기 귀찮았는데, 이 책은 정말 가벼웠다. 게다가 읽기도 빨리읽었다. 주상현 역사에 이렇게 금방 읽은 책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무려 5일만에 읽었다니! 3일인가? 아무튼. 부제에 보이는 '하버드 박사의 한국 표류기'란 제목에서 보듯,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가 쓴 수필이다. 한국에 대해 느낀점. 일기! 역시 남의 일기를 보는 건 재미있나봐. 그래서 금방 읽었다.


 (가벼워서 말고) 책을 접하게 된 진짜 이유.

 정말 가고싶었던 회사 인턴십에 탈락했다. 그래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메일을 썼고, 답장을 받았다. 블로그에 한 번 기록했으므로 차치하고 답장에 포함된 문장이 있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하잖아요?^^" 내용은 둘째치고, 문장이 멋있었다. 와우, 광고하는 사람이라 표현력이 남다른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이 책 제목이었다. 그래서 바로 주문했고 읽게되었던 것.



 책 정말 좋았다. 예일-하버드를 거쳐 가만히만 있어도 사회 기득권이 될 그는 중국,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다. 다른 동기들은 오바마 대통령 옆에서 축배를 들 때 그는 공부를 하고있었단 내용을 보고 더 좋았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건 어떤걸까, 그게 명예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인지 어떻게 알았던 걸까, 하며. 그리고 특히 한국에 매력을 느껴 한국 여성과 결혼까지 한 지금은 경희대의 교수님으로 재직중.


 근데.. 정말 안좋았던 점이 하나 있다. 직접 이 책 전부를 한글로 쓰신건지는 모르겠는데.. 오탈자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내가 읽었던 책 중에 이렇게 많았던 건 처음인 듯.. -가/이, -은/는의 조사는 물론이고 내용 자체에도 중간중간 틀린 글자가 너무 많다. 내가 워낙 이런 거에 꼼꼼하고 민감한 편이긴 하지만 그냥 한 두개면 넘어갈텐데 후반부로 갈 수록 더 많다. 저자가 외국인이어서 라는 이유라고 하면 출판사에 문제가 있겠다. 후반부로 갈수록 오탈자 찾는 데에 혈안이 되어서 내용은 뒷전인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책 앞쪽에 출판사 대표 이메일이 있어서 항의메일 보냈다. 행동하는 지성인.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는 페이지는 상단을 접어놓곤 한다.

이렇게 접어놓은 페이지가 많다는 건- 당연히 담아두고싶은 구절도 많다는 것.

조만간 새로운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서 문장, 구절 정리를 해 놓으려 한다.




  


 접어놓은 페이지 안은 요렇게 표시 샥.










 요즘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저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 역시 '인문학'이다. 지금 아무리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들이 중요하다고 해도, 시간이 변하면 지식은 변할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학문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 그리고 사람이 가장 먼저라는 말. 구글에서 신입사원 6000명을 뽑았는데 5000명을 인문학 지식을 가늠하여 뽑았다고 하더라. 



 저자는 지속적으로 학교 수업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토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딱딱하게 줄지어 앉아서 주입식 교육은 지양해야 한다며, 생각할 수 있는 사고를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지식은 갖고있으면서, 말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개탄했다. 토론. 토론을 해야한다며.


 근데, 내가 지난학기 수강한 과목 하나가 계속 떠올랐다. 3시간의 강의시간 중, 선생님은 2시간 강의를 하시고 나머지 1시간은 조별로 토의를 하게 하셨다. 1학기 내내 이런 방식이어서 매번 수업이 끝난 뒤 우리끼리는 '선생님 너무 날로드시는 것 같지 않냐'며 낄낄댔는데.... 죄송해요 선생님. 이런 고정관념이 들어있는 게 이미 무서운 거겠죠......




 책에서는 저자가 읽었던 인문학 서적에 대해서도 기록해두었다. 그리고 가지가 새로운 가지를 치듯, 나도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책을 몇 권 주문하게 되었다.













 최근 미쳐있었던 드라마 [추적자]가 더 좋았던 것은 인문학을 활용하고있는 게 굉장히 눈에 잘 보였기 때문이다.



회장으로서 소유하고있는 그룹에 대한 야망에 가득 차 물불가리지 않는 서회장, 박근형분

 터질듯한 카리스마로 상대역을 압도하면서 그가 사용한 화법엔 인문학이 굉장히 많이 스며들어있었다.



 한 가지 예를 간략하게 써 보자면, 서회장과 아들이 한 편이고 맞서 싸우는 위치엔 강동윤(김상중)이 있다. 그리고 형세가 불리하게 될 즈음 하여 서회장이 아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적토마도 얼매나 무서운 짐승이었노. 그칸데, 고삐 꿰고 안장 씌워 놓으니 주인을 태우고 천리를 안 달리나. 동윤이는 니 적토마가 될끼다. 아 니 손에 고삐 안 있나. 핸드폰 있다아이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고, 뒤에 언급하는 핸드폰은 강동윤을 위협 할 무기 쯤 된다. 급하게 찾아서 이 한 문장인데, 드라마 내내 서회장은 이런 어법을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청자로 하여금 더욱 더 와닿게 한다. 아 인문학의 사용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구나- 싶어서 무릎을 탁 쳤다.









 인문학의 사용 한 가지 더. 내가 잘 가는 사이트는 아니지만 최근 이 사이트가 난리다.

 * 오늘의 유머.


 국정원녀가 소위 '종북' 근거를 찾아 헤엄쳤던 곳이 이곳이라고 하지. 그 곳에서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이 오유에게 심각한 이유)



 직접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면 더욱 알기 쉽겠지만.. '우리만 아니면 됐지, 허무맹랑하잖아?'란 논리가 알고보면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며 맥도날드의 사례를 들고있다. 과거 맥도날드의 패티에 지렁이가 첨가된다는 루머가 퍼졌고, 너무 터무니 없어서 대응하지도 않았지만 맥도날드 측은 이게 가만히 둘 이야기가 아니란 걸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사실이 아닙니다.'란 대응을 하지만, 소비자의 뇌리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맥도날드'를 생각하면 '지렁이'가 떠오르게 된다는 후폭풍. 


 오늘의 유머도 '우리는 종북이 아니다. 그러니까 끝!'이라는 데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맥도날드의 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하는데.. 내용은 둘째치고, 너무 전달이 잘 되니 좋았다. 역시나 무릎을 탁 쳤고.









 항상 글은 열심히 쓰는데 마무리는 '~~~~좋았다'로 마무리를 해 버리는 표현력의 한계를 실감하며, 책 서평으로 시작하여 꽤 장황하게 삼천포를 돌았던 포스팅 끝.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마다, '다음 책은 뭐 읽지?'라고 고민하는 찰나의 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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