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생각의 재구성

다시 없어야 할, 내 20대의 여유.






 지난 주. 반고흐전엘 다녀왔다. 



 '오 좋은데?'

 '이 그림 참 좋다'

 '잘그렸다'


 명화를 보면서도 이 따위의 생각밖에 할 수 없어서 도슨트와 함께 전시회를 즐겼다. 그림에 숨겨진 뜻, 그의 성격이나 걸어온 과정들을 조금씩이나마 들어가며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마냥 낫 놓고 기역자를 보는 시간은 아니었달까.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서 들었어도 더 좋았을 것 같다. 대략 4~50명 쯤 되는 인원들이 도슨트를 따라다니다보니까... 뒤쳐져버리면 잘 안보이고, 안 들려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줄을 서 보고있는데, 내 뒤 남자가 함께 온 여자에게 가만히 그림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새우 잘 그렸네"



 




 ...듣는 내가 풉 했다. 풉!


 




 아마 내 딴엔 '아니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할 수 있는 말이 고작 그거야?'란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겠지만.. 이윽고 자책을 했다. 난 무슨 생각을 하며 그림을 봐 오고 있었을까... 하며... 딱히 나도 다른 건 없더라. 그래서 그 남자분께 죄송 죄송.




 

아마 이 그림이었을 듯..
















 전시를 끝내고 나와 아트샵에서 엽서와 500조각 퍼즐을 샀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방에다가 천을 깔고 펼쳤다. 

일단 테두리부터 쓱- 맞추고, 크게 색깔별로 분류.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조각을 맞췄도다.

너무 감격스러워서 마지막 조각 맞추는 건 따로 이렇게 사진까지 찍었다.




짜잔. 완성.

[연인이 있는 정원, 생피에르 광장]이다.




이거.

전시회에서도 가장 예쁜 그림이라 주저없이 이 퍼즐을 골랐다.

(사실 500조각짜리 퍼즐이 이거까지 두 개밖에 없긴 했는데, 

나머지 한 개는 전시회에 없던 그림이라 괜히 기분이 상해서..)











 금요일부터 시작했는데 순수하게 조각 맞추는 데에만 쓴 시간은... 그냥 꼬박 하루정도 걸린 듯 하다. 특히 하늘을 가장 마지막에 맞췄는데, 이건 뭐 다 똑같은 하늘이라 속터지고 눈빠져 죽는 줄... 그래도 나름의 붓 방향이 있어서 할 만 했다. 


 퍼즐을 맞추며 가장 많이 한 생각.


 글 제목에 쓴 것 처럼, '내 얼마 안 남은 20대에서 지금이 가장 한가할 때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한 조각 한 조각 맞췄다. 그러니 나름 위안도 되고, 집중력 향상도 되는 것.... 같기는 개뿔. 그래도 무심코 든 조각이 무심코 갖다 댄 자리에 맞춰들어갈 땐 정말 기분 좋았다. 






 내일부턴 바쁜 나날을 보내는 걸로.






'2013 > 생각의 재구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복궁 야간 개장.  (0) 2013.05.27
바쁘지도 않음서.  (2) 2013.04.23
개강.  (0) 2013.03.04
뭐라고 해야하나?  (0) 2013.03.03
답장을 주지 않았다.  (0) 201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