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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문화탐닉

[두근두근 내 인생]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어요.







두근 두근 내 인생

저자
김애란 지음
출판사
창비 | 2011-06-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두근두근 이 여름, 가슴 벅찬 사랑이 시작된다!청춘의 가슴 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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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히지 않던 [미디어의 이해]를 내려놓고 집어든 책은 이 표지가 예쁜 소설책이었다. 가볍게 책 표지처럼 마음 적셔가며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책 중반을 넘어가며 틀어졌다.


 '아.. 이거 슬픈 얘기구나..'




 평소 눈물이 적은 편은 아닌데 대놓고 슬픔을 쥐어짜는 이야기엔 흐르는 눈물도 막는 편이다. 책 중반부분까지는 카페에서 읽었는데, 읽으면서도 점점 진지한 책의 분위기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만 같아 이따가 밤에 집에서 조용할 때 읽고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리고 그 '이따가'가 된 이 시각. 마지막 장을 덮으며 펑펑 울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17살의 아름이라는 소년. 부모님은 17살에 사고(!)로 아름이를 임신하고 부부가 되었다. 그런데 아름이는 조로증이 있어서 정신은 17살이지만 몸은 80살.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해 무덤덤하고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슬프도록 담담하게, 마음도 어른인 척 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책의 진행 상)그럴리도 없고 (스토리의 짜임새 상)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기적을 바라며 읽었다. 어느 새 책에 쏙 빠져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세상은 이런 일이'같은 프로그램에서 조로증이 걸린 아저씨를 본 적이 있다. 책의 주인공 아름이처럼 그 나이까지 산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던 사람. 눈도 거의 안 보이고, 들리지도 않아 보청기에 의존하며, 팔뚝이 내 손가락 만헀던 아저씨. 하루하루 평생 돈을 모아 80만 원이라는 거금을 마련해 가장 하고싶은 일을 하러 간다고 하더니 세탁기를 사더라. 있던 세탁기가 너무 낡아 다루기 어려웠다며.. 뭉클했다. 세탁기를 사고 아이처럼 좋아하던 모습에.


 





[ 그 아저씨 관련 자료 첨부하려고 네이버에 검색했는데 두근두근 내인생이 연관검색어에 있다. ]








 최근 친구와 남산을 오르다가 눈이 안 보여서 막대기로 앞을 훑으며 걸어오는 할머니를 마주친 적이 있다. 별 생각 없이 우린 가던 길을 갔고, 서로의 거리가 꽤 멀어졌을 즈음 할머니가 걱정되어 뒤를 돌아봤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건넜던 보행로 사이의 주차장 차단기에 가로막혀 쉽사리 나아가지 못하고 계셨다. 우리가 내려가서 도와드리기엔 꽤 거리가 있어서 마냥 안타까워만 하고 있던 찰나, 주차장 관리원분께서 나와서 도와주시더라. 시간이 지나고 한적한 거리를 걷다가 아래 시각장애인용 블럭을 믿고 눈을 감고 걸어봤다. 


 10초도 못 견디겠더라. 마주오는 사람에 대해 지레 겁을 먹은 것이 문제였겠지만. 눈이 점점 멀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읽으면서부터 이미 울 준비는 되어 있었다. 최근 아무리 슬픈 책을 읽어도 눈물은 흐르지 않을 정도로만 고였는데 이렇게 펑펑 울면서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지난 해 암 투병 중 돌아가신, 내 사랑하는 고모가 자꾸 떠올라서였던 것 같다. 정말 고비라며 찾아갔던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고모는 숨쉬고계신 게 신기할 정도로 아픈 모습이었다. 눈물콧물 다 쏟아내고 하루를 꼬박 샜는데, 얼마 후 깨어나서 "에이 그 때 죽었어야됐는데 왜 살아가지구~~(웃음)" 하며 장난을 치던 고모. 그리고 3개월을 더 아파하셨다. 그동안 내가 고모한테 받기만 했으니, 줄 수 있을 때 까지 기다려줬음 했는데 너무 죄송했다. 







 어디선가 옛날에 윤종신이 한 인터뷰가 있었다(기억은 참 신기하게도 굉장히 쓸데없는 일들을 어딘가에 저장하곤 한다).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보니 인터뷰가 아니라 당시 윤종신이 진행하던 '2시의 데이트'에서 그가 했던 말인 듯. "저는 일을 시작하면 80%까지는 굉장히 잘 해 내요. 근데 20%가 남게되면 이상하게 흐지부지 되더라구요." 듣자마자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머릿속에 담아놓고 있는 걸지도. 


 책도 항상 마찬가지다. 쓱쓱 잘 읽다가도 오른 손에 쥐어지는 책의 부분이 적어지게 되면 노래방에서 간주점프라도 하듯, 빨리 읽고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 책은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도 '얼른 끝내고 서평을 쓰고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다 읽고 자려고 누웠다가, 컴퓨터를 키기에 이르렀지.. 근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니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다 날아가버렸다. 아까는 이렇게, 이 이야기를 쓰고- 저렇게 저렇게 조롷게 조롷게 그렇게 고롷게 딱! 써야지- 하며 다 구성까지 했는데.. 다 까먹었지 뭐.


 아무튼. 집중력 없기로 유명한 나를 이렇게 몰입시키다니, 좋았다.

 사실 사놓기는 재작년 쯤 사놓은 것 같은데....












 문장 모으기.


 마을의 경기는 비싼 영양제를 맞은 환자처럼 일시적인 활기를 띠고 있었다.


 외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여름의 무성함을 숨기고 있는 겨울의 엄정함이 서려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적어도 마음이 아프려면, 살아 있어야 하니까.


 "저는 마음보다 몸이 빨리 자라서, 그 속도를 따라가려면 마음도 빨리빨리 키워놓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하지만 아름이도 아마 저처럼 악을 쓰며 세상에 저주를 퍼붓고 싶을 때가 있었겠지요. 괜찮다면, 아름군, 그러고 싶을 땐 부디 그래주세요. (억지로)웃다 지친 사람은 더 약해집니다."


 쿵… 쾅… 쿵… 쾅… 약하고 희미하지만 분명 거기 있는 소리였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파동 안에 머물렀다.










 음.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하나.

 다음 책은 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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